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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원-엔 환율이 900원 선 아래로 떨어지며, 원화 대비 엔화값이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나 홀로 돈 풀기를 고수하는 일본의 통화정책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엔화 떨어지는 이유와 향후 전망은 어떠할지 알아보겠습니다.

 

▣ 엔화 떨어지는 이유

 

원화 대비 엔화의 약세 원인은 일본 통화정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6월 16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촉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으로 2%가 될 때까지 돈을 계속 풀겠다는 것입니다.

 

 

 

단기금리(-0.1%)를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고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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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은행은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여 금리를 상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펼쳐서 엔화 가치가 하락하도록 했습니다.

 

원-엔 재정환율 추이 그래프
원-엔 재정환율 추이


이러한 일본의 결정은 엔화 가치 약세 심화로 나타났습니다. 원-엔 환율은 지난 4월27일 100엔당 1000.26원을 찍은 뒤 6월 16일 903.82원까지 9.6% 급락했습니다. 엔화 가치가 그만큼 크게 추락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5.2% 떨어졌습니다.

 

반면 최근 들어 원화는 강세를 보여 원-엔 환율 하락에 또 다른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4월27일~6월16일 5.2% 하락하는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되레 5.2% 상승했습니다.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물밀듯이 국내로 들어온 데 따른 것입니다.

 

 

 

▣ 엔화 전망

 

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 2023년 3·4분기 엔저 현상이 유지될 수 있지만, 4·4분기 초부터 반등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원-엔 환율 최저점 전망은 850~870원 정도입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5년에 기록한 최저점은 880원인데, 엔화가 원화 대비 6~7% 정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84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채현기 흥국증권 수석연구원 또한 3·4분기 중 850~870원이 원-엔 환율의 저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엔화 약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과 일본은행의 추가 정책 조정 등을 고려하면 엔화는 올해 9월 이후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조용구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저점을 찍은 뒤 서서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8월 저점을 보이고 9월부터 상승세를 보인 뒤 4·4분기애서 내년 초까지 반등하는 흐름이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등 정도는 900~1000원대로 예상했습니다. 또한 이상헌 연구원은 원 엔 환율의 반등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원화가 아닌 엔화일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일본은행이 YCC 정책을 거둬들이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이 원-엔 환율의 저점이라는 시각도 물론 있습니다.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과 경상수지 개선 등 경제 펀더멘털 회복으로 900원대 저항선이 쉽게 깨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지금까지는 일본은행의 정책이 바뀔 여지가 거의 없어 엔화 가치가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취임한 이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바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해 금리가 오르는 것을 막는 일본은행의 YCC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면, 통화정책 전환으로 엔저현상도 끝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국내 영향

 

이번 역대급 엔화 약세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환차익을 염두에 두고 점점 엔화 예금에 돈을 넣기 시작했고, 일본 주식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엔화 약세는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에는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엔화 약세는 국내 기업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전보다는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낮아진 터라 엔화 약세에 따른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됩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 효과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공존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엔저는 일본 경제에 긍정적 용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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